YEARS AGO X BULLETTO 2023 Collaboration // Editorial
YEARS AGO X BULLETTO 2023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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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16014 vntg hommage
Ref.16800 vntg hommage


"시간이라는 것."

시계 차콜 색상 이미지-S6L5

롤렉스의 마케팅엔 진정성이 있어 더욱 와닿습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나 수중 사진작가, 산악 등반가, 탐험가 등 특정 분야의 인물들에게 시계를 지원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이뤄낸 거룩한 업적에 롤렉스가 함께 했다는 저널을 읽을 때면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근본적인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짧게, 인류가 시간을 보게 되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최초의 시계는 이집트 아낙시만드로스가 발명한 해 시계에서 점점 진화하여 물 시계가 되고, 부피가 크고 휴대가 어려운 탓에 물을 모래로 바꾼 모래시계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15세기 말엽 금속 태엽이 발명되면서 작게 소형화 시킨 회중시계가 등장하고 그 이후로 점진적으로 손목시계로 발전합니다. 그 방식은 태엽을 감아서 사용하는 수동 시계였습니다. 다만 수동 시계는 태엽을 일정 시간 지속적으로 감아줘야 하는 단점이 있었죠. 

그렇게 인류는 또 한 번의 진화를 거듭하여 몸이나 손의 진동 만으로 자동으로 와인딩이 되는 시계를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 또한 시계를 일정 시간 착용하지 않을 땐 다시 멈춰버려서 다시 시간을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시계가 바로 현재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쿼츠 구동방식의 시계이죠. 쿼츠 시계는 수동 시계보다 시간 오차가 매우 정확하고 정교하며, 관리 또한 수월합니다. 수동 시계처럼 주기적으로 모두 분해해서 오버홀을 할 필요가 없고 시계가 멈추면 배터리를 갈아주면 다시 작동하며 가격 또한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스위스를 기반으로 형성된 오토매틱 시계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듭니다. 그리고, 모든 시계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쿼츠 구동 방식의 시계를 개발하게 되죠. 헌데, 역설적이게도 롤렉스는 쿼츠 시계보다 오히려 자신들의 오토매틱 시계 오차 범위를 좁히고, 시계를 차지 않을 때 유지되는 파워 리저브를 더욱 늘리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습니다. 물론 그들도 그 위기를 간파하기 위해 아주 잠깐 쿼츠 시계가 나오기도 했지만 롤렉스는 다시 본질에 집중하면서 전 세계 시계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에도 그저 자신들의 가치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며 증명해냅니다. 롤렉스보다 밸류가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롤렉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인 저 또한 위와 같은 이유로 롤렉스를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습니다.

시계 차콜 색상 이미지-S3L3
시계 상품상세 이미지-S4L5
시계 상품상세 이미지-S4L8
그렇게 우리는 롤렉스의 오래된 아카이브 두 모델을 오마주 하게 되는데요. 바로 빈티지 서브마리너인 16800과, 빈티지 데이트 저스트인 16014입니다. 롤렉스의 빈티지 아카이브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당시의 기술력의 한계였던 야광의 도료나, 세라믹이 아닌 조금은 투박한 소재를 사용한 베젤, 찰랑거리는 깡통 브레이슬릿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슬림 하게 구현된 러그의 사이즈로 인한 비율이 높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을 할 때 차광호 디렉터와 이태형 디렉터가 직접 소장 중인 롤렉스의 빈티지 아카이브를 토대로 러그의 볼륨감을 재현해 내고, 스프링 바가 장착되는 곳에 홀을 내는 등 빈티지를 정교하게 구현하기 위한 노력들을 거쳤습니다. 그중에서 빈티지 데이트 저스트인 16234 오마주는 두세 번 정도의 폴리싱을 마친 낡은 빈티지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플루이드 베젤의 날카로움을 다소 뭉툭하게 표현해낸 것 또한 고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증이 흔적이 돋보이는 또 한 가지 요소는 시계를 찼을 땐 보이지 않지만 밴드가 체결되는 곳에 각인된 브랜드의 설립 일자인데요. 롤렉스 빈티지 모델들은 바로 이 부분에 그들의 레퍼런스 번호를 새겨서 어떤 연도에 생산된 시계인지를 구분하게 했습니다.

시계 화이트 색상 이미지-S13L1
시계 차콜 색상 이미지-S15L1
시계 상품상세 이미지-S4L9
시계 상품상세 이미지-S4L11
시계 초콜렛 색상 이미지-S10L4
우리는 이번 협업을 통해 브랜드가 제품을 대하는 본질적인 태도에 대한 의미를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첨단화되는 요즘의 시대에 아직도 종이로 된 신문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조금 더디고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스스로가 10년 넘게, 혹은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굳건히 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오르는 매출보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일 겁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사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구 자전을 토대로 우리 인류가 만들어낸 하나의 공통된 언어일 뿐이죠. 이 시계로 하루의 시간을 확인할 수 없겠지만, 소재가 가진 여러 가지 물리적인 특성을 빌려 낡고 헤진 모습으로 여러분의 방식대로 멋지게 변모해간다면 이 또한 우리가 우리만의 언어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아닐지.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소장품이 필연적으로 하나쯤 존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낡게 오마주한 시계가 우리의 후대에도 대물림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상상을 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우리는 시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계 상품상세 이미지-S7L2
시계 상품 이미지-S7L4
시계 상품상세 이미지-S16L2
시계 상품상세 이미지-S4L14

@yearsago_official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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